2026년 7월 25일 토요일

기계가 쓴 글씨인데 왜 사람 손글씨 같을까?

 

글소담 - 펜 헤더

글소담 - 120gsm 용지 뒷면

글소담 카드를 처음 받아 보신 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입니다. 저희는 이 질문을 좋아합니다. 기계가 썼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이 곧 "이 카드가 마음에 닿았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숨기지 않고 다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기계가 쓴 글씨가 어떻게 사람 손맛을 갖게 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는 아직 안 되는지까지요.

인쇄된 손글씨체는 왜 반 초 만에 들킬까요

시중에는 예쁜 손글씨 폰트가 정말 많습니다. 그런데 그 폰트로 인쇄한 카드를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아주 짧은 순간에 "아, 인쇄네" 하고 알아챕니다.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글씨를 배운 적도 없고 폰트를 공부한 적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같은 글자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감사합니다"의 '사'와 "행사 안내"의 '사'가 점 하나까지 동일합니다. 사람이 손으로 쓸 때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 눈은 이 미세한 반복을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어딘가 인공적이다"라고 느낍니다.

둘째, 잉크가 종이 '위에 얹혀' 있습니다. 인쇄는 토너나 잉크를 표면에 도포하는 방식이라 선의 굵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합니다. 반면 실제 펜으로 쓴 글씨는 시작점에 잉크가 살짝 고이고, 빠르게 지나간 구간은 가늘어지고, 방향을 꺾느라 잠깐 멈춘 지점은 다시 짙어집니다. 이 불균일함이 바로 우리가 '손글씨답다'고 느끼는 정체입니다.

펜 로봇은 글자를 '그리지' 않고 '씁니다'

글소담의 펜 로봇은 이미지를 종이에 옮기는 장비가 아닙니다. 실제 펜을 잡고, 사람이 쓰는 것과 같은 순서로 획을 하나씩 그어 나갑니다. 'ㄱ'을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갔다가 아래로 꺾고, 'ㅏ'의 세로획을 먼저 내린 다음 가로획을 붙입니다.

이 '순서'가 왜 중요할까요. 획이 겹치는 지점의 잉크 농도가 순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먼저 그은 획이 살짝 마른 뒤에 다른 획이 지나가면 교차점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고, 반대로 아직 젖은 상태에서 지나가면 잉크가 번져 뭉칩니다.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지키는 필순에는 실은 잉크가 예쁘게 마르는 순서가 숨어 있습니다.

같은 글자를 여러 버전으로 준비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같은 글자가 똑같으면 티가 난다'는 문제는, 같은 글자를 여러 개 준비하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저희는 이것을 이자체(異字體)라고 부릅니다. 한 글자에 대해 조금씩 다른 필체 버전을 갖고 있다가, 문장을 쓸 때마다 그중 하나를 골라 씁니다.

그래서 카드에 '사'가 세 번 나오면 세 번 모두 미묘하게 다른 '사'가 쓰입니다.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운 차이지만, 그 차이가 없으면 앞서 말한 '반 초 만의 들킴'이 일어납니다.

속도가 굵기를 만듭니다

여기서부터가 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입니다. 펜의 선 굵기는 잉크 양이 아니라 펜촉이 종이를 누르는 힘과 지나가는 속도로 결정됩니다. 같은 펜으로도 천천히 힘주어 쓰면 굵고 진하게, 빠르게 스치면 가늘고 연하게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는 획마다 이동 속도와 가속·감속 구간을 따로 설계합니다. 획의 시작에서는 아주 짧게 머물러 잉크가 자리를 잡게 하고, 직선 구간에서는 속도를 올려 선을 가늘게 뽑고, 꺾이는 지점에서는 속도를 낮춰 자연스럽게 두께가 붙도록 합니다. 사람이 손목의 감각으로 하는 일을 숫자로 옮겨 놓은 셈입니다.

만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확실한 차이는 눈이 아니라 손끝에 있습니다. 카드 뒷면을 손가락으로 쓸어 보시면 글씨가 지나간 자리가 미세하게 눌려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펜촉이 종이 섬유를 실제로 눌렀기 때문에 생기는 흔적입니다. 인쇄물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받는 분이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이 요철을 느끼는 순간, 카드는 '판촉물'에서 '편지'로 바뀝니다. 저희가 굳이 느리고 번거로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솔직히 아직 안 되는 것

과장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글씨는 '정성껏 정신 차리고 쓴 사람의 글씨'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쓴 글씨에는 컨디션이 묻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또박또박 썼다가 뒤로 갈수록 급해지고, 어떤 글자에서는 손이 잠깐 떨리고, 쓰다가 마음이 바뀌어 획이 굵어지는 흔들림 말입니다. 그 '감정의 기복'까지는 아직 재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 목표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닙니다. 대량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받는 분이 "누가 나를 위해 시간을 썼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온도를 지키는 것, 거기까지가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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