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8일 토요일

내 글씨체를 손글씨 로봇에게 가르치려면 몇 자가 필요할까? (1편)

 

글소담 서비스 관련해서...

글소담은 실제 펜과 잉크로 손글씨로 엽서나 편지를 써주는 서비스입니다. 2006년부터 아이디어 차원에서 시작해서, 실제 구현을 하기 위해서, 장비,제어 보드 설계, 모터 선정, 8비트 atmega 부터 현재 32비트 ARM CPU 프로그램밍까지, 두 번의 산학 과제 , 그리고 10대 이상의 프로토장비 제작등... 수 많은 시행착오을 거쳤습니다. 3D 프린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간단한 실험 기구도 모두 알루미늄 재질로 외주 가공을 해야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큰 일을 시작했던 거 같습니다. .

전체 작업 내용을 공개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일부분은 결과물의 저작권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수식과 코드가 얽혀 있어 해당 전공자(제어,전산,전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이 따라오실 수 있는 수준에서 추려 정리했습니다. 수식이 나오는 부분은 건너뛰며 읽으셔도 전체 흐름이 이어지도록 썼고, 세부 근거와 출처는 각주로 내렸습니다. 반응이 좋으면, 공개 범위를 천천히 넓혀보려고 합니다.

자소 합성 손글씨 시스템의 설계 원리와 정량적 근거

요약

현대 한글의 표기 공간은 11,172자로 닫혀 있지만, 손글씨 폰트 제작에서 사람이 직접 쓰는 글자는 190자다. 이 글은 그 간격을 메우는 논리를 정리한다.

중성 21개를 초성 변형의 동형성에 따라 5개 동치류로 축약해 190자 템플릿을 유도하고, 획 기반 데이터 모델과 제어점 규칙으로 나머지 10,982자를 합성한다.

티어 체계는 커버리지가 아니라 합성 글자의 비율을 낮추는 측정–보정 폐루프이며, 카드 단위 품질은 지수 감쇠 확률 모델로 환산해 관리한다. 제작 공정에는 기준자 재기입과 X̄–R 관리도 기반의 통계적 공정 관리를 적용한다.

경쟁 시스템 5종과의 템플릿 규모 비교로 설계 선택의 위치를 확인하고, 모델 가정의 한계를 명시한다.

주요어: 한글 자소 합성, 손글씨 폰트, 동치류, 벌 체계, 지프 분포, 푸아송 근사, 통계적 공정 관리, 폐루프 보정

목차

1. 서론 — 11,172와 190 사이

2. 한글 표기 공간의 조합 구조

3. 자소 분해와 동치류 — 190자의 유도

4. 데이터 모델과 합성 규칙 (4.1 제어점 / 4.2 합성 명세)

5. 티어 설계 — 커버리지가 아니라 합성 비율의 문제 (5.1 폐루프 / 5.2 빈도 분포 모델)

6. 카드 단위 품질의 확률 모델

7. 고유명사와 도메인 이동

8. 제작 워크플로우와 통계적 공정 관리 (8.1 세션 설계와 드리프트 관리)

9. 재료 조건 — 번짐과 출력성의 동시 최적화

10. 벤치마크와 설계 체크리스트

11. 방법론적 한계

12. 결론

참고 문헌

11,172개의 한글 표기 공간과 한 장의 손글씨가 만나는 출발점


1. 서론 — 11,172와 190 사이

"제 글씨가 좀 못나서요."

카드 문구를 상의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손글씨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자기 글씨가 자신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적는 시대에 글씨가 예쁠 이유가 없어졌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예쁜 손글씨체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 예쁜 글씨체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글 폰트 하나를 만들려면 글자를 몇 개나 써야 할까요. 백 개쯤이면 될 것 같지만, 정답은 11,172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이 손으로 쓰는 글자는 그중 190자입니다. 이 두 숫자의 간격 — 정확히는, 190자의 표본으로 11,172자의 표기 공간을 어떤 논리로 복원하는가 — 가 이 글의 주제입니다.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2절에서 한글 표기 공간의 조합 구조를 확인하고, 3절에서 직접 필기 대상을 190자로 축약하는 동치류 논리를 유도합니다. 4절은 획 기반 데이터 모델과 합성 규칙을, 5절은 티어 체계를 커버리지가 아닌 합성 비율의 문제로 재정식화합니다.

6절과 7절에서 글자 단위 품질을 카드 단위 확률 지표로 환산하고 고유명사의 도메인 이동 문제를 다룬 뒤, 8절과 9절에서 제작 공정의 통계적 관리와 재료 조건을 정리합니다. 10절의 벤치마크·설계 지침과 11절의 방법론적 한계로 마무리합니다. 본문에서 반복 사용하는 용어를 먼저 정리해 둡니다.

용어

자소

글자를 이루는 부품. 초성(첫 자음)·중성(모음)·종성(받침)의 총칭

템플릿

필기자가 직접 채우는 글자 목록. A4 격자 한 장에 인쇄

합성

직접 필기한 자소 조각을 규칙에 따라 조립해 새 글자를 만드는 일

벌(세트)

같은 자소가 문맥에 따라 취하는 형태 부류. 조합형 글꼴의 전통 용어

티어

직접 필기 글자 수에 따른 완성도 단계 (Standard~Diamond)

커버리지

실제 문구에서 직접 필기 글자가 차지하는 비율

이체자

같은 자소가 문맥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쓰이는 변이형 (예: ㅈ, ㅊ)

표 1. 용어 정리

2. 한글 표기 공간의 조합 구조

한글은 초성 19개, 중성 21개, 종성 28개(종성이 없는 경우 포함)를 조합해 글자를 만듭니다. 19 × 21 × 28을 계산하면 11,172가 나옵니다.

현대 한글로 표현 가능한 모든 음절의 수이고, 유니코드에서 이 11,172자는 U+AC00부터 U+D7A3까지 빈틈없이 이어져 있습니다.[1] 표기 공간이 유한하고 닫힌 조합 구조라는 이 성질이, 글자마다 형태가 독립적인 표의문자 체계와의 결정적 차이이며 이후 모든 설계의 전제가 됩니다.

이 숫자를 실감해 보시려면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한 글자를 쓰고 확인하는 데 10초씩만 걸린다고 해도 111,720초, 쉬지 않고 써도 31시간입니다. 실제로는 마음에 안 들어 다시 쓰고, 획 굵기를 맞추고, 크기를 정렬하는 시간이 붙으니 몇 달 단위의 작업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저 11,172자 중 대부분은 평생 한 번도 쓰지 않습니다. '뛝', '쒐', '괐' 같은 글자를 마지막으로 써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시나요. 폰트 업계도 이 사실을 오래전에 인정했습니다.

1987년에 제정된 국가 표준 KS X 1001은 현대 한글 가운데 2,350자만 골라 담았습니다.[2] 11,172자의 21%입니다. 이 2,350자가 사실상 한국어의 상용 한글로 굳었고, 11,172자를 전부 지원하는 활자 글꼴을 만들 때도 보통 이 2,350자는 사람이 직접 디자인하고 나머지 8,822자는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만들어 냅니다.

한 걸음만 더

11,172라는 숫자는 “모두 손으로 써야 하는 양”이라기보다 한글이 열어 둔 가능성의 크기입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일부 음절이 매우 자주 반복되고, 상당수 음절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좋은 손글씨 시스템의 첫 질문은 글자를 얼마나 많이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한글의 규칙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 적은 표본으로 재현할 것인가가 됩니다.

이를 레고 블록에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완성된 모형 11,172개를 창고에 쌓아 두는 대신, 반복해서 쓰이는 부품과 결합 규칙을 정리해 필요할 때마다 조립하는 것입니다. 다만 손글씨는 기계 부품처럼 모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합은 되지만 사람 눈에는 어색한 글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후 회차에서는 바로 그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어떤 표본과 규칙이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이번 회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한글 폰트 제작의 난점은 11,172자를 저장하는 데 있지 않고, 적은 수의 실제 필기에

서 필기자의 습관과 리듬을 잃지 않은 채 전체 조합을 복원하는 데 있습니다.


[1]현대 한글 음절은 유니코드 U+AC00–U+D7A3에 배치되며, 코드 포인트는 0xAC00 + (초성 인덱스 × 21 + 중성 인덱스) × 28 + 종성 인덱스라는 산술식으로 결정된다. 조합 규칙이 인코딩 자체에 내장되어 있어, 코드 포인트에서 자소 인덱스로의 분해가 정수 나눗셈과 나머지 연산만으로 가능하다. 본문에서 다루는 자소 분해 파이프라인의 첫 단계가 사실상 이 역산이다.

[2]KS X 1001(구 KS C 5601, 1987 제정)은 현대 한글 2,350자를 완성형으로 수록하였으며, 이는 11,172자의 약 21%에 해당한다. 이후 CP949(통합 완성형)가 11,172자 전체와 한글 자모를 포괄하도록 확장되었다. 활자 글꼴 산업에서는 관행적으로 이 2,350자를 직접 디자인하고 나머지 8,822자를 규칙 기반으로 자동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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