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카드 단위 품질의 확률 모델
이전 글에서 표 마지막 줄을 다시 보시면, 가장 높은 티어에서도 미학 총합은 87%입니다. 100%가 아닙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합성해도 사람이 그 자리에서 직접 쓴 글자와 완전히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은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자 단위 지표는 카드 단위 지표로 환산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카드 길이를 L음절, 각 음절이 직접 필기 글자일 확률을 c로 두고 음절 간 독립을 가정하면 다음이 성립합니다.[1]
P(전부 직접 필기) = c^L, E[합성 글자 수] = L(1 − c)
c가 1에 가까운 영역에서는 P ≈ exp(−L(1 − c))로 근사되므로, 카드 품질은 기대 합성 글자 수 λ = L(1 − c) 하나로 요약되는 지수 감쇠 문제가 됩니다.[2] 글자 하나가 직접 필기일 확률이 99%라 해도, 100자 카드 전체가 직접 필기 글자로만 채워질 확률은 0.99를 백 번 곱한 37%입니다. 글자 단위로 99%는 충분해 보이지만 카드 단위로는 열 장 중 여섯 장에 합성 글자가 섞입니다. 분량이 늘어나면 더 심해집니다.
표 10. 글자 단위 비율의 카드 단위 환산
역산하면 목표 수준이 얼마나 가파른지 드러납니다. 100자 카드에서 '전부 직접 필기' 확률 95%를 목표로 하면 글자 단위 비율이 99.949%, 즉 약 2,000자에 하나 수준이어야 합니다. 1,000명 개별 이름 주문(약 3,000음절)에서 같은 목표를 잡으면 99.998%가 필요합니다.
이는 사실상 전량 직접 필기를 요구하는 조건이므로, 글자 단위 확률을 개선하는 방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지수 감쇠 앞에서는 확률 개선이 아니라 검출이 답입니다. 주문 문구와 발송 명단을 그대로 조판해 확인하는 조판 검증과, 걸린 글자만 골라 보강하는 선별 보강이 필수 공정이 되는 근거입니다.
실무에서 이 한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가 사람 이름입니다. 이유는 확률에 있습니다. 카드 문구는 고빈도 글자로 이루어져 있어 직접 필기 글자가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름에는 문장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음절이 섞여 있어 합성 글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즉 카드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가장 어색해질 가능성이 큰 글자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글소담은 어색해질 가능성이 있는 글자가 나오면 미리 알려 드리고, 그 글자를 추가로 필기해 보강하거나 이미 해당 글자가 직접 필기로 확보된 다른 글씨체를 권해 드립니다. 카드가 나간 뒤에 이름 한 글자가 어색해지는 것보다는, 주문 단계에서 확인하는 편이 서로에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7. 고유명사와 도메인 이동
일반 문장에서 추정한 빈도 분포는 인명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성씨는 오히려 쉬운 쪽입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상위 다섯 성씨만 합쳐도 인구의 절반을 넘고 10대 성씨가 63.9%입니다.[3] 머리가 두껍고 꼬리가 얇은 분포이므로, 성씨는 상위 서른 개쯤 직접 필기로 확보해 두면 대부분의 명단을 덮습니다.[4]
어려운 쪽은 이름입니다. 전체 성씨가 5,582개인데 1,000명 이상 쓰는 성씨는 153개뿐이라는 통계에서 짐작하실 수 있듯 꼬리가 아주 깁니다. 게다가 이름에 쓰이는 음절은 일반 문장에 쓰이는 음절과 분포가 다릅니다. 세대별로 유행하는 음절이 따로 있어 분포가 시간에 따라 이동하고, 문장에서는 거의 안 나오는 글자가 이름에서는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일반 코퍼스로 추정한 모델을 다른 분포의 데이터에 적용하는 상황, 곧 공변량 이동입니다.[5] 따라서 일반 코퍼스 기준 상위 N자 세트는 인명에서 체계적으로 직접 필기 비율이 하락합니다.
규모가 커지면 차이가 실감됩니다. 이름이 세 글자이고 각 글자가 직접 필기일 확률이 99.9%라면, 24장 주문에서 합성 글자가 섞인 이름은 평균 0.07명입니다. 사실상 없습니다.
그런데 1,000명에게 개별 이름을 넣는 주문이라면 평균 3명입니다. 세 명이면 반드시 눈에 띕니다. 그래서 대량 주문에서는 명단 사전 점검과 티어 상향을 함께 권해 드립니다.
대응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1) 성씨 상위 30자와 인명 고빈도 음절을 티어 순서와 무관하게 우선 편성합니다. (2) 발송 명단 기반 조판 검증을 인명에 대해 별도로 수행합니다. (3) 인명 음절 세트는 일반 문구 코퍼스가 아니라 실제 수주 명단을 누적한 별도 코퍼스로 갱신합니다.
한 걸음만 더
품질을 글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실제 고객 경험을 과대평가할 수 있습니다. 카드 한 장에는 수십 자에서 수백 자가 들어가고, 받는 사람의 이름은 가장 먼저 읽히는 위치에 놓입니다.
개별 글자의 성공률이 높아도 문장이 길어지거나 수신자 수가 많아지면 적어도 한 번 합성 흔적이 나타날 가능성은 빠르게 커집니다.
특히 이름은 일반적인 블로그 글이나 상품 설명과 다른 언어 분포를 가집니다. 유행하는 이름은 세대마다 바뀌고, 일상 문장에서는 드문 음절도 이름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등장합니다.
따라서 일반 문구에서 잘 작동한 글자 목록만 믿기보다 실제 발송 명단을 미리 조판해 눈에 띄는 음절을 선별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완벽한 확률”을 약속하기보다 검출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문 문구와 이름을 사전에 대입하고, 어색한 글자만 추가 필기로 보강하거나 더 적합한 글씨체를 제안하면 전체 템플릿을 다시 만들지 않고도 카드 단위 품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1]표 10은 음절 간 독립을 가정한 근사다. 실제 문구에서는 같은 글자가 반복되고 어절 단위 상관이 존재하므로 결손 사건이 뭉쳐서 나타나며, 이 상관은 "전부 직접 필기" 성공률을 표의 값보다 다소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반대 방향의 악화 요인은 인명·고유명사이며 7절에서 다룬다.
[2]ln P = L ln c이고 c가 1에 가까우면 ln c ≈ −(1 − c)이므로 P ≈ exp(−L(1 − c)) = exp(−λ), 여기서 λ = L(1 − c)는 카드 한 장의 기대 합성 글자 수다. 즉 결손 글자 수는 근사적으로 평균 λ의 푸아송 분포를 따르며, "카드에 합성 글자가 하나도 없을 확률"은 푸아송 영사건 확률로 읽을 수 있다. 희귀 사건의 계수 통계에 대한 표준 근사다.
[3]통계청 「2015 인구주택총조사」 성씨·본관 집계 기준. 김 21.5%, 이 14.7%, 박 8.4%, 최 4.7%, 정 4.3%로 상위 5개 성씨가 약 53.6%, 10대 성씨가 63.9%를 차지한다. 전체 성씨는 5,582개이나 1,000명 이상이 사용하는 성씨는 153개다.
[4]직접 필기로 우선 확보하는 성씨 30자 목록(상위권 성씨 기준, 동일 한글 표기는 통합): 김 이 박 최 정 강 조 윤 장 임 한 오 서 신 권 황 안 송 류 전 홍 고 문 양 손 배 백 허 유 남.
[5]학습(추정)에 사용한 분포와 적용 대상 분포가 다른 상황을 기계학습에서는 공변량 이동(covariate shift) 또는 도메인 이동(domain shift)이라 부른다. 일반 문장 코퍼스에서 추정한 음절 빈도로 인명 음절의 커버리지를 예측하면 체계적으로 낙관 편향이 생기는 것이 전형적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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