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로 증명하는 글씨 품질 이야기
손으로 쓴 듯한 글씨체. 글소담(glsodam)이 만드는 손글씨 폰트의 매력은 바로 이 '사람다움'에 있습니다. 그런데 폰트를 하나 만들었을 때, 그 글씨체가 한글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예뻐 보인다"는 느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글소담은 모든 폰트를 출시하기 전에, 눈으로 보는 검수와 더불어 수치로 측정하는 과학적 검증을 거칩니다.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1. 한글은 왜 검증이 까다로울까
알파벳을 쓰는 영어는 대문자·소문자·숫자·기호를 합쳐도 글자 종류가 100개 안팎입니다. 폰트 하나에 이 100개만 잘 그려 넣으면 사실상 모든 영어 문장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은 사정이 다릅니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음절 글자(가, 나, 다, 한, 글…)'를 이루는데, 이론적으로 가능한 조합은 11,172자에 달합니다. 손글씨 폰트를 만든다고 이 1만 1천여 자를 한 글자씩 다 그리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몇 글자를 그리면,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한글의 대부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2. 한글에 숨어 있는 수학 법칙 — 지프의 법칙
언어에는 흥미로운 통계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킹슬리 지프(George Kingsley Zipf)가 발견한 **지프의 법칙(Zipf's Law)**입니다. 수학적 통계를 바탕으로 밝혀진 경험적 법칙으로, 언어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정보가 이 분포에 가까운 경향을 보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어떤 글에서 가장 많이 쓰인 표현의 빈도를 1이라 하면, 두 번째로 많이 쓰인 표현은 그 절반, 세 번째는 3분의 1 정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소수의 글자가 전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수많은 글자는 아주 가끔만 등장한다는 뜻입니다.
이 법칙은 특정 언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중국어, 다수의 유럽어, 한국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언어가 이 분포와 높은 일치율을 보입니다. 도시의 인구 순위나 기업 규모처럼 언어와 무관한 영역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만큼 보편적인 법칙입니다.
한글의 음절도 정확히 이 법칙을 따릅니다. '다', '이', '을', '고', '가' 같은 조사와 어미는 어마어마하게 자주 등장하지만, '곬', '뼘', '읊' 같은 글자는 일상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점이 검증의 열쇠가 됩니다.
3. 글소담의 검증 방법 — 핵심 글자 집합 만들기
글소담은 한국어에서 실제로 자주 쓰이는 음절을 빈도 순서대로 정리해, 핵심 글자 집합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폰트가 이 집합을 얼마나 충실히 표현하는지를 측정합니다.
이 글에 함께 실린 검증용 텍스트가 그 결과물입니다. 이 텍스트는 평범한 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격한 규칙에 따라 설계된 검증 도구입니다.
한국어에서 자주 쓰이는 고유 음절 505자를 하나도 빠짐없이 포함합니다.
동시에 이 505자 바깥의 글자는 단 한 자도 섞이지 않도록 통제했습니다.
불필요한 글자 반복은 최대한 줄였습니다.
이런 텍스트를 전문 용어로 '판그램(pangram)'에 빗대어 부르기도 합니다. 영어의 "The quick brown fox..."처럼, 정해진 글자를 모두 담아 폰트를 한눈에 점검하게 해 주는 문장입니다. 글소담은 이를 한글 505자 규모로 확장해, 폰트의 모든 핵심 글자를 한 장의 출력물로 검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검증 텍스트의 실제 수치
마지막 줄에 주목해 주세요. 505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3자가 딱 한 번씩만 등장합니다. 글자 반복을 그만큼 깐깐하게 줄였다는 뜻이고, 검수자가 같은 글자를 여러 번 들여다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4. 한글 구성 요소를 빠짐없이 점검한다
한글 음절은 초성(첫 자음) · 중성(모음) · 종성(받침)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손글씨 폰트의 완성도를 보려면, 이 세 요소가 다양한 조합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받침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글자의 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글소담의 검증 텍스트는 이 세 요소를 다음과 같이 망라합니다.
초성과 중성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포함됩니다. 받침은 28종 중 26종을 담았고, 빠진 두 가지(ㄳ, ㄿ)는 '몫', '삯', '읊다'처럼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겹받침이라, 일반 카드나 편지 출력물에서는 사실상 마주칠 일이 없습니다. 필요할 경우 이 두 받침까지 포함하도록 손쉽게 확장할 수 있습니다.
5. 몇 글자면 일상 한글을 다 표현할까 — 누적 커버리지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글자 수를 늘릴수록 표현 가능한 비율은 얼마나 올라갈까요? 글소담이 실제 검증 데이터로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표가 보여 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단 50여 자만으로도 일상 글의 절반가량이 채워지고, 약 340자면 90%에 육박합니다. 글자를 더 늘려도 표현율은 계속 오르지만, 그 상승 폭은 점점 완만해집니다. 처음 100자가 만드는 효과가 가장 크고, 뒤로 갈수록 '아주 가끔 쓰는 글자를 위한 보강' 성격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는 화학공정에서 흔히 보는 포화 곡선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투입을 늘릴수록 산출이 늘지만 한계 효용은 체감(遞減)하는, 자연계와 데이터 세계 모두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참고로 이 데이터의 빈도 분포를 분석하면 지프의 법칙이 예측하는 형태와 통계적으로 일치합니다. 한국어 음절이 보편적 언어 법칙을 그대로 따른다는 사실을 글소담의 자체 데이터로도 재확인한 셈입니다.
6. 그래서 소비자에게 무엇이 좋은가
이 모든 검증은 결국 한 가지를 위한 것입니다. 고객이 받아 보는 카드와 편지에, 글씨가 빠지거나 어색한 곳이 없도록 하는 것.
빠진 글자 걱정 없이: 출시 전에 핵심 505자를 한 글자씩 모두 출력해 육안으로 점검하므로, 정작 카드에 쓸 글자가 비어 있는 사고를 사전에 막습니다.
고른 품질: 초성·중성·받침의 다양한 조합을 빠짐없이 확인해, 어떤 글자 조합에서도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합니다.
근거 있는 자신감: "예쁘게 잘 나왔다"는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표현율·커버리지 같은 숫자로 검증된 품질을 약속드립니다.
손글씨의 따뜻함은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지만, 그 따뜻함을 빠짐없이, 고르게 전하는 일은 데이터와 검증의 몫입니다. 글소담은 감성과 과학을 모두 챙겨, 여러분의 진심이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전해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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