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1일 토요일

글소담 - 쉬어가기 (화이트펜 - 흰 글씨를 쓰기까지, 스무 번이 넘는 실험의 기록 #1)

 

화이트펜, 흰색 한 줄에 숨겨진 과학

검은 종이 위에 흰 글씨를 쓰기까지, 스무 번이 넘는 실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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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소담은 밝은 색상의 용지에는 일반 펜을 사용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을 전하고 싶은 프리미엄 제품에는 검은색 용지와 흰색 펜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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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이 위에 한 글자씩 새겨지는 하얀 글씨는 일반적인 흰 종이 위의 검은 글씨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선명한 대비와 차분한 분위기, 그리고 펜이 종이에 직접 닿아 남기는 자연스러운 필기 흔적은 글소담이 추구하는 손글씨의 감성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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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흰색 글씨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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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검은색이나 파란색 펜과 달리, 화이트펜은 제조사와 제품 종류, 펜촉의 굵기는 물론 용지의 재질과 표면 상태에 따라서도 필기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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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펜이라도 어떤 종이에서는 선명하게 표현되지만, 다른 종이에서는 잉크가 고르게 나오지 않거나 글씨가 번지고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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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소담 역시 원하는 품질을 얻기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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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와 펜촉 굵기가 서로 다른 20종 이상의 화이트펜을 국내외에서 직접 구매해서 테스트했고, 다양한 용지에서 잉크의 흐름과 발색, 건조 특성, 연속 필기 시의 안정성 등을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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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글씨가 잘 써지는 펜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글소담의 필기 장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펜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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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러 차례의 실험과 개선을 거쳐, 지금은 만족스러운 수준의 안정적인 필기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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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화이트펜이라고 하면 캘리그라피나 다이어리 꾸미기, 검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용도 정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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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이트펜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흰색 안료의 역사부터 잉크의 성분과 구조, 펜촉의 특성, 용지와의 궁합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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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에서는 글소담이 화이트펜을 도입하면서 직접 경험하고 실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흰색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의 역사와 원리부터 실제 필기용 펜으로 활용할 때 마주하게 되는 기술적 제약까지 차근차근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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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내용도 다루겠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사례와 실제 실험 경험을 함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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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이 위에 선명한 흰 글씨 한 줄을 남기기까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화이트펜의 이야기와 글소담의 작은 실험 기록을 이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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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으로 글씨를 쓴다는 것, 백색 안료의 역사

검정 종이에 흰 글씨를 적는 일은 얼핏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검은 바탕의 색을 충분히 가리면서 미세한 펜촉으로 연속적인 선을 만드는 것은 안료화학과 유체공학이 만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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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펜의 역사는 완성된 펜 한 자루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먼저 인간이 불투명한 흰색을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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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으로 만들었던 옛날 흰색 물감

고대 화가들이 사용하던 대표적인 흰색 물감은 납 성분으로 만든 흰색 안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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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용어로는 납 성분의 흰색 안료(鉛白, Lead White)이라 하며, 대표 성분인 염기성 탄산납의 화학식은 2PbCO₃·Pb(OH)₂이다. 다른 색을 잘 덮는 성질 때문에 회화와 장식에 오랫동안 쓰였지만, 납의 독성과 변색 가능성 때문에 사용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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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지금처럼 안전한 대체 안료를 쉽게 확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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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납으로 만든 흰색 가루는 그림에만 쓰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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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의 일부 시대에는 얼굴을 더 하얗게 보이게 하려는 화장품에도 납 계열 백색 안료를 사용했다.

얼굴의 기미와 피부색을 덮는 은폐력을 미용 효과로 이용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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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피부와 신경계에 해로운 납 노출 위험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적 화장법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자료: Science Museum Group; Nature Humanities &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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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이라는 시각적 경험은 단순히 빛을 내는 것이 아니다. 색이 있는 바탕을 가리는 데 필요한 것은 입사광을 여러 방향으로 산란시켜 뒤쪽 바탕으로 전달되는 빛을 줄이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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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료의 굴절률과 입자 크기, 안료가 들어 있는 매질의 광학 특성이 여기에 모두 작용한다. 따라서 매우 흰 분말이 있다고 해서 펜에 적합한 잉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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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아연과 차이니즈 화이트

18~19세기에는 납의 유해성을 줄일 수 있는 대체 백색 안료가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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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아연은 납 성분의 흰색 안료을 대체할 후보로 연구되었고, 19세기 수채화에서는 불투명한 흰색을 표현하는 상품군이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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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등장한 차이니즈 화이트라는 명칭은 화이트펜의 직계 제품명이 아니라 회화 재료의 발전사를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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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아연과 산화티타늄은 모두 흰색 안료로 쓰이지만 굴절률과 분산 능력, 표면처리, 필요한 배합량이 같지 않다. 어떤 소재가 그림에 적합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성 젤펜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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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 넓게 칠하는 물감과 수백 마이크로미터 폭의 선을 남기는 잉크는 요구하는 점도 범위와 입자 안정성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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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티타늄의 등장과 미세화

20세기에 대규모로 상용화된 이산화티타늄(TiO₂)은 높은 굴절률을 가진 대표적인 백색 안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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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료 입자에서 발생하는 광산란은 바탕을 감추는 힘, 즉 은폐력을 키운다. 그러나 원료의 생산 연혁과 특정 펜에 투입되는 실제 배합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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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매되는 모든 화이트펜이 반드시 같은 백색 안료를 사용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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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료가 미세해질수록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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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보다 지나치게 작은 입자는 가시광 산란의 방식이 달라지고, 서로 뭉치는 문제도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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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잉크에서는 안료의 평균 입경만이 아니라 크기 분포, 응집체의 크기, 수지와 분산제의 흡착층이 함께 중요하다. 백색 안료의 발전은 단일 물질의 발명이 아니라 입자공학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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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하는 흰색에서 쓰는 흰색으로

수정액·마카·젤펜은 모두 흰색을 남기지만 목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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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액은 이미 인쇄된 글씨를 덮어야 하므로 두껍고 균일한 막이 중요하다. 화이트 마카는 비교적 큰 유량과 재료 표면에 대한 밀착성이 중요하다. 화이트 젤펜은 잉크를 극히 좁은 틈으로 공급하면서 펜촉이 멈추면 흘러넘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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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를 이해하면 화이트펜의 역사는 단순한 발명 연표가 아니라 연속적인 설계 제약의 역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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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안료의 독성, 은폐력, 배합의 안정성, 펜촉을 통과하는 유동이라는 과제가 차례로 전면에 등장한다. 작은 흰 선 하나에 수백 년간 축적된 화학과 기계공학의 질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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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구별해야 할 세 가지 역사

백색 안료의 발명 시기와 산업화 시점, 특정 브랜드의 제품 발매 시점은 서로 다른 연표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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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물질이 알려진 시기와 대량생산 기술이 자리 잡은 시기 사이에는 수십 년의 간격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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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펜의 역사를 설명할 때 이 세 시점을 혼동하면 한 제품의 출시가 특정 소재의 발명인 것처럼 오해하게 된다.

기술사의 정확성은 유명한 날짜를 많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가 가리키는 변화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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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보존과 안전 문제도 중요하다. 납 성분의 흰색 안료은 역사적 안료로 의미가 있지만 독성 때문에 오늘날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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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보존 자료와 공개된 회화 안료 표본 사진을 활용하면 직접 유해 분말을 다루지 않고도 안료의 시각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역사를 재현하기 위한 실험과 현대 필기구의 성능시험은 안전 수준과 시험 목적을 달리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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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란을 조사할 때에는 ‘반사율이 높다’와 ‘은폐력이 높다’를 별개로 다루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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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바탕 위에 얇게 칠한 흰 안료가 높은 밝기를 보이더라도 검은 바탕 위에서는 기저색이 비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두께를 확보한 흑백 바탕 위에서의 반사율 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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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를 제시하면 독자는 왜 흰색의 정도를 눈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지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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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수준의 서술은 연대기 사이에 작동 원리를 배치하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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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성분의 흰색 안료의 독성은 재료 선택을 바꾸었고, 산화아연은 대체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TiO₂의 발전은 은폐력과 산업 생산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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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분산제와 젤 잉크의 개발이 미세 볼펜촉에서의 필기를 가능하게 했다. 이 단계들은 완전히 직선적인 역사라기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어난 변화가 한 제품에 모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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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역사 연표(자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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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및 확인 자료

[R1] WebExhibits, Pigments through the Ages: Titanium White. https://www.webexhibits.org/pigments/indiv/overview/titaniumwhite.html

[R2] 첨부 자료, 「화이트펜의 역사와 유래」, 역사 개요 및 연표. 사용자 제공 문서

[R3] 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Perseverance, thy name is Bette. https://www.uspto.gov/learning-and-resources/journeys-innovation/historical-stories/perseverance-thy-name-b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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